
7월 초, 여름의 베니스비엔날레를 관람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물론 곳곳에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그만한 대가는 반드시 따른다.^^
일정 상 국가관과 본 전시를 하루 만에 다 둘러보는 건, 아무리 미술을 좋아한다 해도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아르디니의 국가관들을 다 돌아본 뒤, 아르세날레 전시에서 슬슬 한계가 밀려올 즈음이었다. 그때 청량한 바닷바람 같은 화면 하나가 시선을 붙잡았다. 알 수 없는 소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 제주도와 해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소리 하나하나에 낯선 전율이 일었고, 찾아보고 나서야 이 작품이 한국 작가 요이(Yo-E Ryou)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요이(Yo-E Ryou, 1987년생) — 《숨 오케스트라》
요이는 예일대학교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시각예술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2021년, 팬데믹과 번아웃을 겪은 뒤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해녀가 살던 집에 들어가 살면서 ‘물, 여성, 제주’를 주제로 한 예술교육·돌봄 프로그램을 이어왔고, 해녀들과 맺은 관계를 바탕으로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연결된 존재로 바라보는 작업 세계를 펼쳐왔다.
요이(39)는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인 작가다. (한국계 작가로는 마이클 주, 갈라 포라스-김도 함께 초청되었지만, 이들은 각각 미국·콜롬비아 국적의 한국계 작가다.) 팬데믹 시기 미국에서 제주로 옮겨온 뒤, 해녀들과 함께 생활하며 워크숍을 이어온 지 벌써 몇 해째다. 그 사이 자연스레 수영을 배우고 해녀를 만나 물질을 익히며 작품을 구상했고, 2024년 사운드 작업으로 시작된 《숨 오케스트라》는 시간이 흐르며 퍼포먼스로 확장되고, 영상과 드로잉이 더해지며 이번 비엔날레 출품작으로 완성됐다.
작품
전시는 두 편의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제주의 어린 소녀들이 숨비소리를 연습하는 장면을 담았고, 다른 하나는 나이 든 해녀들이 불턱(해녀들이 물질 사이사이 몸을 녹이던 공간)에 모여 쉬는 모습을 담았다.
관람객은 걷다가 문득 ‘훕!’ 하는 들숨소리에 멈춰 서게 된다. 이어지는 ‘하!’ 하는 숨소리, 정적, 그리고 ‘휘~’ 하고 길게 내뱉는 숨비소리. 해녀의 노동과 관계, 생존이 고스란히 담긴 이 숨소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리에만 집중하게 되는 사운드 경험이다.
화면 속에는 검은 암석 해안에 부서지는 푸른 파도, 흰옷을 입은 앳된 소녀들, 몸을 늘어뜨리고 쉬는 해녀들이 번갈아 등장한다. 바닷바람을 피해 언 몸을 녹이는 해녀들, 삼삼오오 모여 낮잠에 빠진 할머니들 — 그 모든 순간에 숨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다.
요이는 《숨 오케스트라》 연작을 “해녀에 대한 헌사”이자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방식에 대한 탐구”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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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보석디자이너 YOON
체력이 바닥나갈 즈음 우연히 마주친 이 작품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큰 화면도, 화려한 색채도 아니었지만 숨소리 하나만으로 이렇게 사람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 — 비엔날레에서 얻은 가장 뜻밖의 순간이었다. 전시 장소는 아르세날레 본전시장. 이번 비엔날레는 고(故) 코요 쿠오가 기획한 《In Minor Keys》라는 주제 아래 이뤄진 작품들은 다소 차분함이 깔려 정적인면이 많았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