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탄생석] 블루사파이어, 하늘을 담은 돌

보석디자이너 YOON이 들려주는 탄생석 이야기

9월이 되면 저는 늘 사파이어의 그 깊은 파란빛부터 떠올려요. 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색이라, 볼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루비와 한 뿌리에서 나온 보석

사실 사파이어는 루비와 학문적으로 같은 보석이에요. 둘 다 삼방정계의 강옥(코런덤) 변종인데, 여러 논쟁 끝에 붉은색을 띠는 것만 ‘루비’라 부르고 나머지 모든 색을 ‘사파이어’라 부르기로 했다고 해요.
(ex .엘로우사파이어,핑크사파이어,오렌지 사파이어 등등)

색을 가르는 건 미량 원소인데요, 루비의 붉은빛은 산화크롬에서, 사파이어의 파란빛은 산화철이나 산화티타늄에서 나와요. 재미있는 건 이 산화철·산화티타늄이 산화크롬보다 저온성이라, 지표 부근에서 산화알루미늄과 결합할 확률이 높고 결정도 크게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파이어는 루비보다 상대적으로 채굴이 수월한 편이라, 같은 크기라면 보통 루비 쪽 가치가 더 높게 매겨지곤 해요. 보석의 값어치를 가르는 건 결국 희소성이라는 걸, 이 둘을 비교할 때마다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랑과 순결, 그리고 약속의 돌

사파이어는 사랑과 순결, 그리고 약속을 의미하는 보석이에요. 그래서 예로부터 결혼 약속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보석으로 여겨져왔죠.

이 의미를 잘 알고 있던 영국 왕실에서는 신부들의 약혼반지로 사파이어를 즐겨 사용했다고 해요. 가장 잘 알려진 예가 바로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약혼반지예요. 18캐럿의 스리랑카산 사파이어가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인 이 반지는, 훗날 윌리엄 왕세손이 케이트 미들턴에게 청혼할 때 어머니의 반지를 그대로 이어받으며 다시 한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죠.

명화 속 보석 이야기

1.빅토리아 여왕의 사파이어 브로치

빅토리아 여왕의 웨딩드레스 초상, 그리고 대대로 이어진 사파이어 브로치와 티아라

결혼식 전날, 앨버트 공은 사랑과 순결의 상징인 사파이어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브로치를 아내가 될 빅토리아 여왕에게 선물했다고 해요.

빅토리아 여왕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로는 이 브로치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지만, 왕실 보석으로 귀속시켜 대대손손 미래의 왕비들이 물려 착용하도록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져요. 이후로도 많은 왕비들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까지 이 브로치를 즐겨 착용하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죠.

명화 속 보석 이야기

2.헨트 제단화와 성직자의 반지

얀 반 에이크가 1431년에 그린 <날개가 접힌 헨트 제단화>에도 사파이어의 흔적이 남아 있어요.

기독교에서 사파이어는 사도 바울의 상징이기도 해요. 하늘을 의미하는 돌이었기 때문에, 중세 성직자들은 사파이어 반지를 즐겨 착용했다고 전해져요. 12세기부터 이어져온 전통으로, 성직자의 오른손 중지에 끼워져 교회를 상징하는 반지로 쓰였다고 합니다.


보석디자이너가 만드는 사파이어

비옹 사파이어 오픈 반지 착용 이미지
VIONG, 사파이어 세 송이 오픈 반지 — 착용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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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디자이너 YOON의 리셋팅-사파이어 제품 보러 가기}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마음 한구석이 자꾸 두근거려요.

2027년 6월, 독일 카셀 도큐멘타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참관하러 가는 여정 중에 벨기에 헨트에 들를 계획이 있거든요. 그곳에 가면 오늘 이 글에서 소개해드린 <헨트 제단화>를, 사진이 아니라 실물로 마주하게 돼요.

얀 반 에이크가 그린 그 사파이어빛 하늘을, 화면이 아니라 제 두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게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중세 성직자들이 하늘의 상징으로 여겼던 그 파란색을 대성당 안에서 마주하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들지 벌써부터 설레요. 그날의 이야기는 다녀와서 꼭 다시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