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파리를 그린 사람
미셸 들라크루아(Michel Delacroix, 1933~ ).파리에서 태어나, 한 평생을 파리에서 보낸 90세 파리지앵 화가.
그런데 그가 그리는 파리는 지금의 파리가 아니다.
가스등이 켜진 골목, 마차가 지나가는 돌바닥, 눈 내리는 밤의 에펠탑, 카페 창문 너머로 새어나오는 따뜻한 빛 — 그것은 그가 어린 시절 실제로 걸었던 파리의 풍경이다. 지금은 사라진 그 파리를, 그는 90살이 넘은 지금도 매일 그린다.
스스로를 이렇게 불렀다.
나는 꿈과 시적인 과거를 그리는 화가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의 삶
1933년 파리 출생. 일곱 살에 그림을 시작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파리는 나치 점령 하의 도시였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골목에는 빵 굽는 냄새가 났고, 카페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 기억이 그의 평생의 주제가 되었다.
미술 교사로 일하다 40대에 전업 화가가 되었다. 이후 50년 넘게 오직 하나 — 자신이 어린 시절 걸었던 골목, 기억 속에 오래 숙성된 그 파리 만을 그렸다.
그의 화풍은 나이프(Naïf)라고 불린다. 정규 화풍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그리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수십 년의 기술과 기억이 쌓여 있다.
파리 국제나이프미술관 영구 소장.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에서 300회 이상 개인전을 열었다.

그가 그리는 것
들라크루아의 그림에는 딱 하나의 시간만 있다.
눈이 내리고, 사람들은 코트를 여미며 걷는다. 어딘가에 반드시 — 점박이 강아지와 어린 미셸이 있다.
미셸의 그림 대부분에는 ‘퀸’이라는 점박이 강아지가 등장하는데, 어릴 때 기르던 강아지라고 한다. 작품이 완성될 즈음에 퀸을 그려넣고 서명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고.
그것은 사진이 아니다. 기억이 오래 숙성되어 만들어진 인상이다.
“내 그림은 그 시절을 재현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내 머릿속에서 자라난 과거의 인상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사람마다 다른 것이 보인다. 자신이 기억하는 어떤 골목, 어떤 겨울 저녁, 어떤 냄새가 겹쳐진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전시 — 파리의 벨에포크
2023~2024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가 열렸다.
전시는 8개의 ‘정거장’으로 구성되었다.
미드나잇 인 파리 → 파리지앵의 멋진 운명 → 파리의 연인들 → 겨울 이야기 → 메리 크리스마스 → 길 위에서 → 우리의 사적인 순간들 → 그리고 아직도.
마치 마차를 타고 그의 파리를 시간 여행하는 구성이었다.
90세가 넘은 나이에 이렇게 많은 관람객을 만난 건 처음이라며, 들라크루아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화가로서 최고의 영예다.”
2025년에는 〈영원히, 화가〉 전시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에필로그 by 보석디자이너 YOON
벨에포크와 들라크루아
벨에포크(1870~1914)는 들라크루아가 직접 살지 않은 시대다.
그러나 그는 그 시대의 냄새가 아직 남아 있던 파리에서 태어났다. 가스등이 전구로 바뀌어가던 시절, 마차가 자동차로 교체되던 시절 — 그 경계에서 자란 소년이 평생 그 이전 시간을 그렸다.
보석 감정사로 오래 일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그렇다. 단순해 보이는 그 화면 안에 — 한 사람의 평생과, 사라진 도시의 기억과, 벨에포크라는 시대 전체가 들어 있다.
그의 그림이 벨에포크를 이해하는 가장 부드러운 입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벨에포크의 흔적을 찾아서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벨에포크를 이해하는 가장 부드러운 입구였다면,
제가 직접 경험한 100년 전 파리의 모습은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시간을 디자인하는 여행”의 첫 번째 기록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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