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탄생석, 에메랄드(Emerald).
깊고 생생한 녹색 빛 속에 수천 년의 사랑과 역사가 담긴 이 보석은, 단순한 보석 그 이상입니다. 오늘은 나폴레옹의 세 여인부터 빅토리아 여왕, 메리 왕비까지 — 유럽 왕실 여인들이 에메랄드와 함께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에메랄드란 어떤 보석인가 — 보석 디자이너가 말하는 에메랄드의 진짜 가치

에메랄드는 아프로디테의 보석으로도 불립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색으로 알려졌고, 몸에 착용하면 정절을 지켜주며 사랑에 금이 가면 빛을 잃는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보석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내포물이 있어도 깊고 생생한 녹색을 띠는 에메랄드는, 내포물 없이 연한 색의 깨끗한 에메랄드보다 가치가 훨씬 높습니다.
모스 경도 7.5로 강한 편이지만, 내포물로 인해 잘 깨지기 때문에 보석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만이 착용할 수 있는 보석이라고도 불립니다. 에메랄드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보석 중 하나이기도 해요.
🇫🇷 나폴레옹과 세 여인의 에메랄드 — 프랑스 왕실 보석 이야기
나폴레옹은 다이아몬드만큼이나 에메랄드를 선호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 정절을 상징하는 보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여인에게 모두 에메랄드를 선물했습니다.
첫 번째 여인 — 조세핀, 사랑의 증표로 건넨 에메랄드


이미 두 아이가 있었고 나폴레옹보다 나이도 많았던 조세핀.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를 택한 나폴레옹은, 혼수상태에 빠진 조세핀에게 에메랄드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메랄드는 사랑이 변하면 이 영롱한 빛이 변하는 법이오. 난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당신을 택했다오. 그래서 이 사랑이 서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로 이것을 선물하는 것이니 내 사랑을 잘 간직해 주시오.”
1808년 프랑수아 제라르가 그린 조세핀의 초상화를 보면, 대관식에서 입었던 엠파이어 스타일의 드레스가 당시 유럽 전역의 유행을 이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시대 모든 여인의 로망이었던 조세핀이 받은 에메랄드 —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두 번째 여인 — 마리 루이즈, 새 출발에 건넨 에메랄드


조세핀과 이혼 후, 나폴레옹(40세)은 오스트리아의 대공녀 마리 루이즈(18세)와 결혼합니다. 출신 콤플렉스가 있었던 나폴레옹에게 명문 황녀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은 더없는 경사였고, 그녀에게도 변함없는 에메랄드를 선물했습니다.
같은 보석, 다른 사랑. 나폴레옹의 에메랄드는 그렇게 두 번 빛났습니다.
세 번째 — 양녀 스테파니, 야망이 담긴 에메랄드


나폴레옹은 권력을 잡은 이후, 형제와 누이들의 결혼을 통해 외국과 군사 동맹을 맺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조세핀의 전 남편 쪽 친척 딸인 스테파니를 양녀로 삼아 공주로 키운 뒤, 바덴의 왕위 계승자 카를 프리드리히 대공과 결혼시킵니다.
1807년 4월 8일 성대한 결혼식에서 나폴레옹은 친정아버지의 자격으로 왕실 보석상이 제작한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목걸이를 선물했습니다. 사랑이 아닌 야망의 에메랄드 — 그 빛은 과연 변하지 않았을까요.
🇬🇧 영국 왕실의 에메랄드 — 빅토리아 여왕과 메리 왕비
영국 왕실 보석의 역사를 새로 쓴 두 여인이 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과 메리 왕비.
현재 영국 왕실에 내려오는 보석의 상당수가 이 두 사람의 컬렉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빅토리아 여왕 — 알버트 공이 직접 디자인한 에메랄드 티아라
어린 시절, 홀로 계단도 오르내리지 못하게 했던 어머니의 통제 속에서 외롭게 자란 빅토리아. 1837년 성인이 되어 여왕으로 즉위한 그녀는, 어머니와 그 정부 콘로이를 궁에서 내보내고 비로소 자유를 얻습니다.



어린 시절, 홀로 계단도 오르내리지 못하게 했던 어머니의 통제 속에서 외롭게 자란 빅토리아. 1837년 성인이 되어 여왕으로 즉위한 그녀는, 어머니와 그 정부 콘로이를 궁에서 내보내고 비로소 자유를 얻습니다.



미혼으로 즉위한 빅토리아 여왕은 각국의 구혼 공세를 받지만, 결국 외사촌인 알버트 공과 사랑에 빠져 1840년 결혼합니다. 높은 인격과 교양으로 여왕의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준 알버트 공이 직접 디자인한 에메랄드 왕관은, 두 사람의 사랑이 담긴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 되었습니다.
42세의 이른 나이에 알버트 공이 세상을 떠나자, 빅토리아 여왕은 윈저성에 칩거하며 오랜 슬픔을 삼켰습니다. 그만큼 깊이 사랑했던 사람이었겠지요.
메리 왕비 — 국보급 에메랄드 “인도의 숙녀”
조지 5세의 왕비이자 에드워드 8세의 어머니인 메리 왕비(Mary of Teck). 빅토리아 여왕이 보모를 자청할 만큼 사랑받고 자란 그녀는, 보석에 대한 탁월한 안목으로 왕실 컬렉션을 풍요롭게 했습니다.



*방도(Bandeau):프랑스어 ‘Bande(띠)’에서 유래한 단어로, 머리에 두르는 ‘띠‘
1911년 선물받은 ‘인도의 숙녀(The Delhi Durbar Emerald Necklace)’라 불리는 에메랄드 목걸이는 현재 영국이 자랑하는 국보급 보석으로 꼽힙니다. 메건 마클의 결혼식 티아라로도 친숙한 메리 왕비의 컬렉션, 기억하시나요?
주얼리 디자이너가 말하는 에메랄드 – 흠이 있어야 더 아름다운 보석
에메랄드는 내포물이 있어도, 아니 오히려 그 흠이 있기에 더욱 깊은 빛을 발하는 보석입니다.
보석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만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착용할 수 있는 에메랄드는, 사랑도 아름다움도 진짜를 아는 눈을 가진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것을 수천 년째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폴레옹이 사랑의 증표로, 빅토리아 여왕의 알버트 공이 헌신의 마음으로, 메리 왕비가 안목으로 수집했던 에메랄드.
5월이 되면 이 보석의 깊은 녹색 빛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5월에 태어난 분들, 그리고 에메랄드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 이 보석의 이야기가 작은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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