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 예민한 학창시절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에 등장한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 피렌체는 나에겐 하나의 먼 꿈 같은 이야기였다.
사랑이라는 단어에 가슴 시리고 아폈던 그 때. 두 주인공의 사랑의 시작이자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 전개와 영화음악과 더불어 10대 여고생에 꿈의 장소였다.하지만 나도 중장년이 되어가면서 지금은 두 주인공의 이야기보다 브루넬리스키 라는 인물에 대한 애잔함이 크게 느껴진다.
피렌체 거리를 걷다 보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붉은 돔이 눈길을 끌곤 한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46)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그 상징적인 돔을 설계한 인물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조각가에서 건축가로, 길을 바꾸다

1377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브루넬레스키는 처음에는 금 세공사와 조각가로 활동했어요.
젊은 시절에는 1401년 피렌체 세례당의 ‘이삭의 희생(Sacrifice of Isaac)’ 청동 판넬 공모전에서에 참가했었다.하지만 경쟁에서 패배한 후,그는 조용히 조각을 접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되죠. 바로 건축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 왼쪽 (기베르티 작품)
- 오른쪽 (브루넬레스키 작품)
- 긴장감 어린 동세와 극적인 표현이 중심
- 압도적인 각도와 자세, 이삭의 목이 급박하게 잡힌 포즈가 보는 이를 흔드는 힘이 있다.
- 청동판은 뒷판에 볼트로 죄여진 몇 개의 조각들로 구성된다.
- 전체 컷
- 기베르티의 작품이 더 정제된 반면, 브루넬레스키는 감정의 폭발을 선택했음을 한눈에 느낄 수 있어요 .
- 디테일 강조 컷
- 브루넬레스키는 공간 외곽까지 장면이 밀려드는 구성으로,
- 기베르티는 틀 안에서 기술적·서사적으로 완성도 높은 장면을 구현했다
하늘을 향한 도전 – 피렌체 대성당 돔
그의 이름을 영원히 역사에 남긴 작품은 단연 피렌체 대성당의 돔입니다. 당시 누구도 “이 거대한 둥근 지붕을 무너뜨리지 않고 올릴 수 없다”고 했지만, 브루넬레스키는 상상 그 이상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시련에 빠진 그 무렵 로마로 떠나게 되는데 그 곳에서 판데온의 중앙 지지대 없이, 이중 돔 구조로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혁신적인 기술을 보고 그는 오렌동안 방치 되어있었던 두오모 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그는 수학과 공학, 고대 로마의 지식까지 결합해 결국 오늘날까지도 ‘건축의 기적’이라 불리는 돔을 완성한다.이 돔은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르네상스의 정신과 인간의 창조력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남게 되었다.
공간을 그리는 법 – 원근법의 혁명
브루넬레스키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사람에 그치지 않았어요. 그는 선 원근법(Linear Perspective)을 체계화한 최초의 인물 중 하나 였다.건축뿐 아니라 회화에서도, 사물이 멀어질수록 작아 보이는 그 자연스러운 법칙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것이죠.
이 발견은 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사초, 미켈란젤로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창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에필로그 by Designer YOON
두오모 성당 오른편 마주보는 곳에서 높디 높은 쿠폴라를 바라보고 있는 브루넬레스키의 조각상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경외감과 함께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그의 시선 끝에는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한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창조의 모든 고통과 영광의 그 깊이가 담겨 있다”